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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경어법- 힘과 거리의 미학

국어·한국어교육KoreanLanguageEdu.

by 소통 SOTONG 2008. 8. 1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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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경어법 힘과 거리의 미학.

저자 : 이정복 교수(대구대학교 국어국문과)

 

 

경어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의 10여 년 간 연구 결과물.

한국어에서 경어법은 대단히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효과적인 언어 사용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경어법을 적절히 쓰는지에 따라 대화의 성공 여부가 갈리고, 사람들 관계가 멀어지거나 가깝게 조정되기도 한다. 그것은 버려야 할 과거의 권위주의 시대 유물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우리말 사용에서 아주 유익한 언어 표현이다. 경어법은 사람들 사이의 바람직한 질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며, 예의를 갖추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열어 나가는 데서 효과적인 사회적 공기(公器)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수직적권위적 질서가 해체되면서 경어법에 대한 비판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과거의 봉건적 신분 차별 질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경어법이 평등하고 민주적인 상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이 한 예이다. 어떤 사회학자는 한국인이 대등한 인격체로 살아가려고 할 때 한국어 경어법 체계가 근원적 걸림돌로 작용하며, 따라서 그것은 하루 빨리 없애야 할 나쁜 유산이라고 주장하였다. 윗사람들이 공연한 위엄과 엄포와 권력으로 자기 위치를 지키려는 데서 한국어의 지나친 경어법이 나왔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어미를 개발하거나 지정하여 언어 사용의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하는 국어학자도 있다. 러시아에서 귀화한 역사학자는 케케묵은 존장사상과 그 언어적 표현의 일대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하면서 윗사람에게 ‘교수님’, ‘부장님’ 대신 나이나 직분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모두 ‘씨’, ‘선생’, ‘동지’로 부르는 것이 합리적이고 민주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국제적으로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진 것과 함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이 늘어나고 있는데, 한국어 경어법을 외국인들이 너무 어려워한다고 판단하여 교육 내용에서 제외하거나 크게 단순화시켜 다루기도 한다. 국립국어원에서 낸 문법책을 보면 한국어 교육을 위한 경어법 체계는 4등급으로 줄여서 기술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대기업 관련 경제 단체에서는 경어법이 조직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토론과 효율적 의사소통을 가로막음으로써 결국은 기업의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사장부터 평사원까지 호칭을 통일하고, 청자 경어법의 등급을 하나로 지정하는가 하면 아예 영어를 공식적인 회의 언어로 쓰는 곳이 여럿이라는 보도가 나온 지 오래되었다.

수천 년의 역사를 통하여 형성되고 변화를 거듭하여 오늘의 위치에 이르렀을 한국어 경어법이 안팎으로 존재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비전공자들의 오해와 맹목적인 비판, 경쟁과 효율 중심의 물질만능주의 시각이 늘어나면서 한국어의 핵심적 구성 요소인 경어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수평적탈권위주의적 민주 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구시대의 유물이자 폐기 대상으로 경어법이 내몰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국어 연구자들은 경어법의 본질과 기능이 정말 그런 것인지, 한국어 경어법이 마땅히 버려야 할 악습인지에 대하여 분명한 대답을 해야 할 때이다. 나아가 경어법이 21세기 한국의 바람직한 사회 구조와 사람들 사이의 관계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제시함으로써 한국어 경어법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바로잡고 그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도록 설득하는 일도 필요하다.

이 책은 한국어 경어법에 대하여 사회언어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이해와 탐구 결과를 기술한 것이다. 2001년 이후 발표한 논문들을 수정보완하고 체계를 세워 2 12장으로 구성하였다. 한국어 말뭉치, 신문 기사, 인터넷 통신 언어, 지역 방언, 탈춤 대사, 청와대 보도 자료 등을 이용하여 다양한 한국어의 모습을 다루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경어법을 언어와 사회, 사람과 사람의 관계 면에서 분석하려는 관점은 동일하다. 각 장의 내용을 통하여 지은이는, 한국어 경어법이 사람들 사이의 힘과 거리 관계를 적절히 반영하는 미묘하면서도 정밀한 체계임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경어법은 예절이 무너지고 갈등과 충돌이 격화되는 이기적인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의와 상호 존중의 문화를 열어나가는 데 기여할 매력적인 언어 예술로서의 가능성과 가치를 충분히 지녔기에 오늘날 한국의 올바른 언어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길 기원한다.

페이지수: 384P 정가 :18,000 발행일 : 2008811ISBN : 978-89-960564-8-5-9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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