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성과 문화적 재현
현대 사회의 성과 문화적 재현-문화 읽기&쓰기
저자 : 한금윤 교수(숙명여자대학교 교양학부)
성(性) 문화 해석을 통한 읽기와 쓰기
성은 인간의 자연성과 문화성이 공존하는 지점이다. 성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고 인간이라는 종을 지속시키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행위이다. 또 종족의 번식이라는 생산적인 활동 너머, 인간의 생리적인 한계 너머, 새로운 삶의 장을 창출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인간의 성은 성+문화의 결합으로 접근할 때 인간의 성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성문화는 학문적인 자리에서 연구되고 교육되고 있다. 많은 대학에서 성과 관련된 교양 과목이 개설되면서 성은 이제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농담의 차원에서 벗어나, 인간의 존재와 타자와의 관계를 성찰하는 대상으로, 한 사회의 문화 수준을 파악하는 척도로서 접근되고 있다. 공적인 교육의 장에서 다루어지는 성문화는 성이 우리 삶에 어떻게 자리잡고 있는가를 성찰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특히 현대 소비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성적 상품화로 포장되어 삶의 한 가운데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성은 인간의 삶 자체이기 때문에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존재해 왔다. 한국의 현대사에 비추어 볼 때 성을 둘러싼 각종 문화 현상이 공개적으로 활성화된 것은 2000년 이후가 아닐까 싶다. 더 시기를 앞서 잡으면 한국 땅에 포스트모더니즘이 중심 담론으로 떠오른 1990년대 이후부터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공개적인 삶의 영역에서 성이 표출되고 있으나 그 양상이 때론 성적 유혹에 머물거나, 성범죄와 성폭력으로 이어지다 보니 성은 여전히 불온하고 위험한 것으로 간주된다. 위험한 사회의 위험한 성으로 성을 바라 볼 경우, 성 문화는 보수성을 띌 수밖에 없으며 개인들의 행동을 규제하고 통제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현재 교양 교육으로서 성문화와 관련된 각종 수업들은 공적인 영역에서 소통 가능한 성문화를 이루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취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이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인간의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는 성을 인간다운 가치로 이끌어가기 위해 성숙한 성문화를 어떻게 한국 사회에서 조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성찰을 담아 낸 것이다. 우리 사회의 성문화 수준이 어떠한가를 각종 사건, 사람들의 생각, 성 문화 관련 이론들을 통해서 구명해보고자 하였다. 단순히 관찰하고 진단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성숙한 성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한가를 제안하였다.
제1부는 성문화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담론들을 분석하였다. 제1장에서는 성문화를 접근하기 위한 방법으로 성․문화․재현이 각각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를 규정하였다. 문화적 재현이 함축하는 바와 같이 성은 날 것(生)으로 그대로 드러나지 않고 때론 은유적인 표현으로, 때론 상징적인 윤리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재현된 양상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성 문화 특징을 읽는 방법을 제안하였다.
제2장에서는 구체적으로 한국 사회의 성 문화가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 삶에서 펼쳐지고 있는가를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서 알아 보았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성문화 분석은 성을 공적인 담론에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각자 성에 대한 개인적인 환상과 공포가 어떻게 조성되었는가를 우리 사회와의 관련 속에서 인식하도록 하였다.
제3장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중심으로 떠오른 에로틱한 문화에 대한 대학생들의 생각을 통해서 에로티시즘의 의미를 재정립하고자 하였다. 자기의 발견으로 성, 타자와의 아름다운 성적 소통으로서 성이 왜 소비화되고 상품화되어 왜곡되었는지를 현대 소비 사회 이론을 통해서 구명해 보고자 하였다. 특히 성적 욕망이 소비적인 욕망으로 대체되어 발생하는 문제들을 짚어 보고 창조적인 에로티시즘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제4장에서는 성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알기 쉽게 정리하였다. 성을 어떻게 보느냐의 입장에 따라 성의 의미 지점, 문제 지점, 해결방법이 다르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성에 대한 생각들이 어느 관점에 바탕을 둔 것인지를 살펴 봄으로써 성에 대한 생각들을 점검해 보고자 하였다. 각 관점의 장점과 단점을 살펴 봄으로써 성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극복해 보고자 하였다.
제5장에서는 성숙한 성문화를 이루기 위한 성적 주체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를 성찰하였다. 인간의 주체성에 대해 의심하는 현 시점에서 성적 주체성을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연구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성적 주체성은 맹목적 이성의 주체성과 다른, 성적 자기 결정권을 의미한다. 이러한 성적 자기 결정권은 성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적 차이와 성적 주체성의 차이에 대한 설명을 통해서 성적 주체성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논하도록 할 것이다. 특히 불확실한 시대에서 성적 주체성을 갖는다는 것은 성숙한 성문화를 조성하는데 핵심적이다. 성적 주체성에 대한 관심은 세상 속에 자신을 어떻게 위치 지우는가에 대한 문제이며, 타자와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이러한 성적 주체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데에 역점을 두었다.
제2부는 다양한 성문화 현상을 분석하였다. 소통하는 성 문화의 글쓰기 사례를 제공하였다. 1장에서는 한국 여성 작가 작품들에 대해, 2장에서는 여자의 눈에 비친 남자들의 이야기에 대해, 3장에서는 남자들에 의해 다루어지는 남자 이야기를 분석하였다. 그리고 4장에서는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여행을 성문화의 관점에서 접근할 때 어떠한 지점들이 드러나는지를 살펴 보았으며, 5장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에 어떠한 성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지를 분석해 보았다.
페이지수: 356P 크라운판형 정가 :15,800원 발행일 : 2009년11월20일 ISBN : 978-89-93454-17-8-93000